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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美壽)중국 역사 대장정 #3-2-2][베이징]북해공원(北海公园)

화평지인 2026. 6. 25. 10:09

[이전 편] 베이징 고궁(자금성) 여행기 보러가기  https://peaceofman.tistory.com/4

 

[미수(美壽)중국 역사 대장정 #3-2-1][베이징]고궁(자금성),경산공원

1. 고궁(자금성)공유 자전거를 타고 천안문 광장에서의 놀라운 가슴을 쓸어담고서 드디어 고궁 남문에 도착! 하지만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세상에, 이 수많은 사람들이 보이시나요? 입장을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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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공원(北海公园)

호수 위에 우뚝 솟은 북해공원의 심장, '백탑(白塔)'

경산공원 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북해공원(北海公园, 베이하이 공원) 에 도착하였습니다. 경산공원에서 바라본 자금성 전경도 멋졌지만, 바로 옆에 이런 환상적인 수변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을 줄이야 모를 뻔했습니다.

북해공원의 가장 상징적인 랜드마크인 백탑(白塔)과 영안교, 그리고 잔잔한 호수가 어우러진 정경. 푸른 하늘 아래 우뚝 솟은 하얀 탑과 호수에 비친 붉은 등롱의 반영이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자금성 옆 숨겨진 낙원, 황실의 아름다운 정원 '북해공원(北海公园)'
자금성과 경산공원의 웅장한 기와 바다를 벗어나 서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고즈넉한 수변 낙원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바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보존이 잘 된 황실 정원 중 하나인 북해공원(北海公园)입니다.

호수 위에 우뚝 솟은 북해공원의 심장, '백탑(白塔)'
북해공원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청록색 숲 위로 눈부시게 빛나는 거대한 하얀 탑입니다.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인 '경화도(琼华岛)' 정상에 우뚝 솟은 이 백탑(白塔)은 1651년 청나라 순치제 때 티베트 불교(라마교)의 양식을 따라 지어진 거대한 불탑입니다. 영안교(永安桥)라는 아름다운 돌다리를 건너 붉은 등롱이 화려하게 걸린 패방을 지나면 이 백탑이 있는 섬으로 들어설 수 있죠.

자금성의 수많은 전각이 황제의 엄숙한 권위를 보여준다면, 푸른 하늘과 대비를 이루는 이 이국적이고 하얀 백탑은 마음에 알 수 없는 평온함과 신비로운 기운을 불어넣어 줍니다.

천 년의 역사를 품은 인공 호수 정원
북해공원은 10세기 요나라 시절부터 조성이 시작되어 금, 원, 명, 청나라를 거치며 무려 1,0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황실의 전용 정원으로 사랑받은 곳입니다.

자금성을 둘러싼 해자나 풍수지리를 위해 쌓은 경산공원처럼, 이 거대한 호수 역시 인간의 손으로 다듬어진 정교한 황실 조경의 정수입니다. 중국 신화 속 신선들이 산다는 동해의 세 신산(삼신산)을 호수와 섬의 구조로 지상에 완벽하게 재현해 낸 것이죠. 황제와 황실 가족들은 자금성의 답답한 구속에서 벗어나 이곳에서 배를 타고 풍류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곤 했습니다.

물결 위에 서린 고즈넉함 : 잔잔한 호수 표면 위로 하얀 백탑과 다리의 푸른 단청, 그리고 붉은 새해 등롱들이 거울처럼 매끄럽게 반영되는 모습은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잔잔한 힐링을 선사합니다. 차가운 겨울 공기마저 부드럽게 감싸 안는 듯한 평화로운 풍경입니다.

백탑
선인전

북해공원에 도착하여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경화도 정상까지 올라가 보았습니다.

경화도 정상에서 마주한 압도적 디테일, '백탑과 선인전'

호수 아래에서 바라보며 "저기까진 꼭 가봐야지" 했던 다짐을 안고, 경화도의 호젓한 숲길과 계단을 따라 마침내 정상에 올랐습니다.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자, 밑에서 보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의 하얀 탑이 눈앞을 가로막아 섰습니다.

1.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함, '백탑'의 진면목
코앞에서 마주한 백탑(白塔)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하고 웅장했습니다. 튼튼하게 쌓아 올린 회색 벽돌 기단 위에 거대한 백색 항아리 모양의 탑신이 얹어져 있는데, 밑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구도로 사진을 찍으니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탑의 볼륨감이 터질 듯이 밀려왔습니다.

탑신 전면에는 정교한 불꽃 문양 장식 안에 티베트 불교의 상징적인 문양이 새겨져 있어 이국적인 종교적 엄숙함을 더합니다. 세월의 흔적으로 살짝 금이 간 하얀 표면마저 천 년 황실 정원의 역사를 묵묵히 버텨온 훈장처럼 느껴져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2. 푸른 유리기와와 붉은 벽의 강렬한 대비, '선인전'
백탑의 거대함에 감탄하고 고개를 돌리면, 바로 앞마당에 또 하나의 보석 같은 건축물이 서 있습니다. 바로 백탑을 수호하듯 자리한 정각, 선인전(善因殿)입니다.

높고 묵직한 붉은색 기단 위로 화려한 다층 지붕이 얹어진 이 전각은 멀리서 볼 때와는 차원이 다른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푸른 빛깔의 작은 장식들은 단순한 문양이 아니라, 수많은 불상이 정교하게 새겨진 유리기와(琉璃砖)입니다.

기단의 짙은 붉은 벽, 난간의 하얀 대리석, 그리고 전각을 감싼 청록색 유리기와가 오후의 햇살을 받아 강렬한 색채의 대비를 이루는 모습은 황실 건축 특유의 극치에 달한 화려함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계단 뒤편으로 살짝 스며드는 햇살 덕분에 공간 전체가 더욱 신비롭게 빛나는 듯했습니다.

정상에 오른 자만의 특권 :  멀리 호숫가에서 바라보는 백탑이 한 폭의 아련한 산수화 같았다면, 숨을 헐떡이며 정상에 올라 마주한 백탑과 선인전은 손끝으로 질감이 느껴질 듯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었습니다. 자금성의 수평적인 장엄함과는 또 다른, 수직으로 솟구치는 황실의 신앙과 예술성을 온전히 만끽한 순간이었습니다.

황실의 비밀 휴양지 '의란당(漪澜堂)'

이번엔 섬을 지나 호수 북쪽 건너편(또는 오룡정 부근)으로 건너가셔서 경화도의 뒤편(북쪽 면)의 모습! 얼어붙은 호수 너머로 보이는 섬의 뒷모습이 아주 고즈넉하고 운치 있습니다.

섬의 하단을 보면, 섬의 북쪽 기슭을 따라 물결치듯 길게 늘어선 아름다운 회랑 건물이 보입니다. 이 건물이 바로 북해공원 후원의 핵심인 '의란당(漪澜堂)'과 그 좌우를 감싸며 반원형으로 뻗어 나간 이층 회랑인 '유랑(游廊)'입니다.

 이곳은 청나라의 전성기를 이끈 건륭제(乾隆帝)와 그의 어머니인 숭경황태후, 그리고 황후들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던 비밀스러운 휴식처였습니다. 

경화도 북쪽 기슭, 황실의 비밀 휴양지 '의란당(漪澜堂)' 이야기
경화도의 남쪽(앞편)이 백탑을 중심으로 한 엄숙한 불교 신앙의 공간이라면, 사진에 담긴 북쪽(뒷편)은 철저하게 황실 가족들의 휴식과 풍류를 위해 설계된 '정원 속의 정원'입니다.

1. 건륭제의 지극한 효심이 서린 곳
건륭제는 어머니인 숭경황태후에 대한 효심이 지극하기로 유명한 황제였습니다. 그는 어머니가 북해공원의 아름다운 호수 풍경을 편안하게 감상하며 쉴 수 있도록, 1751년에 경화도 북쪽 강가에 이 의란당(漪澜堂)을 지었습니다.

황제는 어머니를 모시고 이곳에 와서 차를 마시고, 호수 너머 전경을 바라보며 시를 짓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삼았습니다.

​2.. 황후와 후궁들의 '독서와 연회의 방'
의란당 구역 양옆으로는 호숫가를 따라 길게 곡선을 그리며 뻗은 회랑과 정각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이 구역에 있는 도정재(道宁斋) 같은 건물들은 황제뿐만 아니라 황후와 후궁들의 주요 휴식처였습니다.

자금성 내정의 좁은 마당을 벗어나 탁 트인 호수 바람을 맞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였기에, 황후들은 이곳에서 책을 읽거나 소규모 연회를 열며 궁궐 생활의 답답함을 달랬다고 합니다.

3. "잔물결을 바라보는 집"
'의란(漪澜)'이라는 이름 자체가 '물 과에 이는 잔잔한 물결(漪)과 큰 파도(澜)'를 뜻합니다.

말 그대로 건물 안이나 회랑에 앉아 고개를 들면,  거대한 북해 호수가 거울처럼 눈앞에 펼쳐집니다. 여름에는 푸른 연꽃과 시원한 버드나무 물결을, 겨울에는 지금 사진처럼 하얗게 얼어붙은 은빛 호수의 장관을 황실 가족들이 독점하며 감상했던 최고의 '뷰 맛집'이었던 셈이죠.

​4. 서태후의 '짜장면' 비하인드 스토리
청나라 말기,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서태후(慈禧太后) 역시 이 의란당을 지독하게 사랑했습니다. 그녀는 자금성에서 정무를 보다가도 점심이나 오후가 되면 배를 타고 이 의란당으로 건너와 식사를 즐기곤 했습니다.

재미있는 일화로, 서태후가 베이징의 민간 노점상에서 파는 짜장면 맛에 반해, 그 노점상의 요리사를 직접 이곳 의란당 황실 주방(수선방)으로 불러 들여 짜장면을 만들어 바치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화려한 황실 요리 대신 호수를 바라보며 서민 음식을 즐겼던 서태후의 독특한 아지트였던 것이죠.

사진 속 감상 포인트 : 건륭제가 어머니와 황후를 위해 만든 건축물들이 이제는 시간이 흘러 두꺼운 얼음 호수를 배경으로 묵묵히 서 있습니다. 화려했던 황실의 연회는 끝났지만, 고즈넉하게 가라앉은 겨울 경화도 뒷편의 실루엣은 황제와 황후가 바라보았던 천 년 전의 평화로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듯합니다.

유랑(游廊)의 내부 회랑

바로 유랑(游廊)의 내부 회랑입니다.  멀리 호수 건너편에서 반원형으로 길게 감싸 안듯 보이던 그 아름다운 유랑(游廊)의 내부를 이렇게 생생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이 회랑을 걸으면서  황실 가족들이 왜 이곳을 그토록 사랑했는지 단번에 이해시켜 줍니다. 천장과 보를 가득 채운 정교한 단청, 문틀 위에 화려하게 그려진 공작새와 모란꽃 벽화, 그리고 호수 쪽을 향해 길게 뻗은 초록빛 기둥과 붉은 등롱까지 황실 정원의 극치에 달한 우아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북해공원] 황후의 걸음을 따라 걷다, 의천청의 화려한 유랑(游廊)

경화도 북쪽 기슭, 호수를 마주하고 길게 뻗은 반원형의 회랑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멀리 호수 건너편에서 볼 때는 그저 하나의 긴 띠처럼 보였던 건축물이었는데, 막상 그 내부로 들어서니 사방이 화려한 예술품으로 가득 찬 신비로운 터널이 펼쳐졌습니다.

1.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이 갤러리, 정교한 '소식채화(苏式彩画)'
회랑의 문틀 위에 그려진 화려한 회화가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활짝 피어난 하얀 모란꽃 사이로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공작새 그림은 칙칙할 수 있는 돌바닥과 대조를 이루며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천장을 받치고 있는 모든 보와 대들보에는 푸른색과 초록색을 기조로 한 정교한 황실 단청들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머리 위로 펼쳐지는 화려한 문양들을 보느라 고개가 아픈 줄도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자금성의 단청이 엄숙하고 장중하다면, 이곳 북해공원의 단청은 자연과 어우러져 한층 더 섬세하고 서정적입니다.

2. 바람과 햇살, 그리고 호수를 품은 창
회랑의 한쪽 면은 격자무늬의 붉은 창문이 정조준하듯 도열해 있고, 반대쪽 호수 면은 탁 트인 기둥 사이로 붉은 등롱들이 바람에 일렁이고 있습니다.

과거 청나라의 황후와 후궁들은 이 길을 걸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자금성의 높은 붉은 벽에 갇혀 지내던 그녀들에게, 이 회랑은 기둥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호수 바람을 맞고, 격자창 사이로 스며드는 따스한 오후 햇살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숨구멍'이었을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겨울이라 호수가 하얗게 얼어붙어 있지만, 문틈과 기둥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은빛 호수의 전경은 황실의 여인들이 바라보았던 그 날의 평화로움을 그대로 전해주는 듯합니다.

여행 팁 : 붉은 등롱이 안내하는 길 길게 뻗은 회랑을 따라 점점이 걸려 있는 빨간 등롱들은 마치 과거의 황실 연회로 나를 안내하는 이정표 같습니다. 바닥에 깔린 투박한 돌판의 질감을 밟으며 이 화려한 터널을 걷다 보면, 귀 끝으로 황후들의 비단 옷자락 스치는 소리와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오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의란당(漪澜堂) 내부 구역의 핵심 전각

화려한 푸른색 세로 현판과 그 아래 웅장하게 걸린 '화장항춘(華藏恆春)'이라는 가로 편액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단청을 칠하지 않은 고풍스러운 나무 질감과 정교한 창살이 자금성의 붉은 전각들과는 또 다른 중후한 멋을 풍기는데요, ​

화장항춘(華藏恆春)' 편액이 걸린 전각 이야기
사진 속에서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글귀는 건륭제의 친필로 전해지는 '화장항춘(華藏恆春)'이라는 현판입니다.
화장(華藏)은 불교에서 말하는 신성하고 무궁무진한 세계(화장세계)를 뜻하고,
항춘(恆春)은 '영원한 봄'을 의미합니다.

즉, "부처님의 가르침과 복이 깃들어 이곳이 영원히 봄날처럼 번창하길 바란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이 구역의 역사적 배경과 맞물려 이 건물에는 아주 특별한 스토리들이 전해집니다.

1. 건륭제가 어머니의 장수를 빌며 세운 불당
이 전각은 건륭제가 지극한 효심으로 어머니 숭경황태후를 위해 조성한 의천청 정원 내부의 핵심 불당(佛堂) 역할을 하던 곳입니다.

건륭제는 어머니가 북해 호수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 동시에, 평소 독실하게 믿던 불교 전각을 가까이 두고 언제든 마음의 평안을 얻고 장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전각을 짓고 직접 '영원한 봄'이라는 이름을 하사했습니다. 황실의 최고 권력자가 어머니에게 바친 가장 정성스러운 선물이자 기도처였던 셈입니다.

2. 단청이 없는 '소박함' 속에 숨은 황실의 반전
자금성의 화려한 붉은 기둥과 노란 기와에 익숙해진 눈으로 이 건물을 보면, 가공되지 않은 듯한 짙은 갈색 나무 벽과 문틀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이것은 황제가 머리를 식히고 마음을 닦는 정원이나 불당 건축에 주로 쓰이던 기법입니다. 겉보기에는 소박하고 은거하는 선비의 처소 같지만, 문에 새겨진 격자무늬(꽃살 창선)의 정교함이나 지붕을 받치는 공포(지붕 아래 나무 장식)의 촘촘한 구조를 보면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최고급 기술이 집약된, 그야말로 '은은한 사치'의 끝판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서태후가 국정을 논하던 비공식 집무실
청나라 말기, 이 평화롭던 불당은 역사적 격변의 장소로 바뀝니다. 의천청 구역을 지독하게 사랑했던 서태후(慈禧太后)는 여름과 겨울철 자금성이 답답할 때면 아예 이곳으로 거처를 옮겨와 머물렀습니다.

특히 사진 속 이 전각과 주변 방들은 서태후가 대신들을 은밀하게 불러 수렴청정을 하거나 국정의 중대사를 논의하던 비공식 정무 공간으로 쓰였습니다. 청나라의 마지막 불꽃이 꺼져가던 시절, 서태후의 날카로운 명령들이 이 고즈넉한 나무 문틈 사이로 흘러나왔을 것을 상상하면 묘한 긴장감마저 맴도는 공간입니다.

겨울날의 감상 두꺼운 패딩을 입은 관람객들이 전각 안을 조심스레 들여다보는 사진 속 풍경은 과거 황태후와 황제, 그리고 서태후가 머물렀던 엄숙한 역사의 현장이 이제는 누구나 찾아와 그 온기를 느낄 수 있는 편안한 쉼터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북해공원의 구룡벽(九龍壁) - 앞면

드디어 중국 3대 구룡벽 중에서도 가장 독특하고 정교하다고 손꼽히는 북해공원의 구룡벽(九龍壁)

푸른 파도를 헤치며 살아 움직이는 듯 요동치는 용들의 역동적인 모습이 자금성 내부에서 보셨던 구룡벽과는 또 다른 매력을 뿜어내고 있는데요,

중국에서 유일무이한 양면의 걸작, 북해공원 '구룡벽(九龍壁)'
북해공원 북서쪽 대원심전(大圓鏡殿) 터 앞에 서 있는 이 거대한 벽은 1756년 청나라 건륭제 때 지어진 유리기와 벽입니다. 중국에 남아있는 고대 구룡벽 중 가장 아름답고 보존 상태가 뛰어난 문화재 중 하나인데, 여기에는 아주 놀라운 비밀들이 숨어 있습니다.

1. 앞뒤로 용이 가득? 중국 유일의 '양면 구룡벽'
중국에는 유명한 3대 구룡벽(베이징 자금성, 베이징 북해공원, 산시성 다퉁)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앞면과 뒷면 모두에 아홉 마리의 용이 입체적으로 조각된 '양면 구룡벽'은 오직 이곳 북해공원의 구룡벽이 유일합니다.

즉, 사진에 보이는 9마리의 거대한 용 반대편에도 똑같이 9마리의 용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죠. 앞뒤로 도합 18마리의 거대한 주룡(主龍)이 벽을 수호하고 있는 셈입니다.

2.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세요! 진짜 용의 개수는?
"아홉 마리 용이 있어서 구룡벽인데, 왜 용의 개수를 찾으라는 거지?" 하실 수 있습니다.

사실 벽의 한가운데 크게 도드라진 대형 용은 아홉 마리가 맞지만, 지붕을 받치는 상단 장식, 기단부, 벽의 모서리와 기와지붕의 끝부분(수막새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손가락 한 마디만 한 작은 용들이 빈틈없이 빽빽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이 벽 한 개에 새겨진 작은 용들의 개수를 모두 합치면 무려 635마리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용들의 거대한 집합소인 것이죠.

3. 왜 자금성보다 더 화려하고 생동감이 넘칠까?
각자의 용의 모습이 노란색, 보라색, 하얀색, 푸른색 등 유리기와의 색감이 어마어마하게 화려하고, 파도를 차고 오르는 입체감이 엄청납니다.

자금성의 구룡벽은 황제의 정궁 안에 있어 다분히 규격화되고 엄숙한 미를 강조했다면, 이곳 북해공원은 황제가 비교적 자유롭게 풍류를 즐기던 '정원'이었기 때문에 장인들이 훨씬 더 과감하고 역동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27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용의 비늘 하나, 발톱 하나의 생동감이 살아 숨 쉬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사진 속 감상 포인트
사진을 보면 푸른색 유리기와로 표현된 거친 바다와 하얀 파도 거품, 그리고 그 사이를 유유히 뚫고 나오는 황금빛 용과 보랏빛 용의 대비가 아주 강렬합니다. 오후의 비스듬한 햇살을 받아 도자기 재질의 유리기와가 은은하게 빛나는 모습이 고궁 여행의 막바지를 더욱 화려하게 장식해 주는 듯합니다.

양면 구룡벽의 진짜 뒷면'

중국 전체를 통틀어 오직 이곳 북해공원에서만 볼 수 있는 '양면 구룡벽의 진짜 뒷면'을 그대로 증명해 줍니다.

위의 앞면 사진과 비교했을 때, 용들의 배치나 색상 구성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입니다. 앞면에서는 맨 왼쪽 용이 황금색(오렌지빛)이었는데, 이 뒷면 사진에서는 맨 오른쪽 용이 황금색으로 자리 잡고 있네요!

거울 뒤의 또 다른 세계, 북해공원 구룡벽 '뒷면'의 묘미
구룡벽의 앞면을 감상한 뒤, 이 거대한 벽의 뒤편으로 걸어가 보았습니다. 보통의 가벽(스크린 월)이라면 밋밋한 벽돌이나 평범한 문양이 있어야 할 그곳에, 앞면 못지않게 강렬한 '황실의 기운'이 다시 한번 휘몰아치고 있었습니다.

1. 데칼코마니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9마리의 주인공들
뒷면의 용들은 단순히 앞면을 거울처럼 복사해 놓은 것이 아닙니다. 몸을 비틀고 있는 각도, 여의주를 향해 뻗은 앞발의 위치, 그리고 보라색·하얀색·황금색 등 용들의 색상 배열까지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특히 렌즈와 가장 가까운 맨 오른쪽의 황금룡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거친 초록빛 파도를 박차고 나오는데, 그 역동성이 조금 전 보았던 앞면의 용들과는 또 다른 신선한 전율을 선사합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서로를 등진 채 호수를 수호하는 18마리의 용이라니, 건륭제 시절 장인들의 집요한 장인정신과 화려함에 대한 집착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2. 세월의 흔적이 빚어낸 또 하나의 멋

자세히 들여다보면 벽의 하단 기단부나 기와 틈새에 칠이 조금 벗겨지거나 세월의 때가 탄 흔적들이 눈에 띕니다. 하지만 2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모진 비바람과 베이징의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뎌왔음을 생각하면, 이 낡은 흔적들마저 구룡벽의 아우라를 더해주는 멋진 훈장처럼 보입니다. 오히려 번쩍번쩍하기만 한 새것보다 훨씬 중후하고 깊이 있는 역사책처럼 다가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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