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행

[미수(美壽)중국 역사 대장정 #7-2-1][산시성] 태원고성(太原古城)-1편

화평지인 2026. 7. 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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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고성(太原古城)

태원고성의 성은문

 

드디어 산서성(山西省) 여행의 중심이자 오랜 역사의 숨결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태원(太原)에 도착했습니다! 산서성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곳 중 하나인데, 실제로 마주한 성문의 위용은 상상 그 이상이네요.

 

하물며 현청의 고성이 이렇게 웅장한데, 조선 500년의 왕궁과 비교하면 가히 경복궁은 궁궐이 아니라는 생각이 더욱 실감나게 하는 모습입니다.

웅장한 성문이 맞이해주는 태원의 랜드마크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저를 압도한 것은 거대하고 견고하게 쌓아 올린 회색빛 성벽이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성벽 위로 당당하게 솟아오른 성루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는데요.

성루 가장 높은 곳에는 명나라 시기 '왕의 은혜를 받든다'는 뜻을 지닌 '承恩(승은)' 현판이 세로로 멋스럽게 내려와 있고, 그 아래층에는 "화려한 지붕 마루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다"는 뜻의 '斗脊凌空(두척릉공)' 현판이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당당하게 서 있는 건축물의 기개와 역사적 무게감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방악중기( 方岳重寄 )"는 "한 지역의 변방을 지키라는 중대한 위탁"을 의미하며, 특히 황제가 변방의 중책을 다시 중신에게 위임한 것을 의미합니다. ‌‌

방악(方岳) : 원래는 사방의 명산(태산, 화산, 곽산, 항산)을 가리켰는데, 옛부터 한쪽을 지키는 대원이나 변방 지역으로 소개되었다.
중기( 重寄 ): 중대한 위탁("重"은 중요, "寄"은 위임, 기탁을 뜻하며, 단순히 "다시"가 아니라 책임의 무거움과 신뢰의 깊이를 강조합니다.
전체적인 의미: 군주가 변방의 안위 등 국가급 중책을 어떤 대신에게 엄숙히 맡긴 것을 묘사하며, 이는 종종 봉장대리를 표창하거나 임명하는 문맥에 사용됩니다. ‌‌


이 단어의 가장 유명한 출처는 명 가정 7년(1528년), 가정황제의 어서 "방악중기"라는 편액을 당시 병부상서 겸 삼변총독이었던 왕경에게 하사하고, 다시 진서북에서 나와 변환을 평정하도록 명함으로써, 그의 능력에 대한 깊은 신뢰와 신임을 드러낸 것입니다.

문묘(文廟, 공자묘)의 시작을 알리는 '棂星门(영성문)'
산동성 곡부의 공묘를 들어가는 문이 바로 영성문인데 여기에도 공자의 문묘를 세워놓은 것을 볼수 있습니다.

 

1. 세 개의 핵심 현판 풀이
① 중앙 현판: 萬世師表 (만세사표)
• 뜻: "만대(영원한 세월)의 시간 동안 모든 사람의 스승이자 표상이다."
• 의미: 청나라 강희제(康熙帝)가 공자를 찬양하며 직접 내린 친필 글귀로 유명합니다. 역사상 공자라는 존재가 후대의 모든 학자와 백성들에게 영원히 지치지 않는 정신적 스승이자 모범이 됨을 뜻합니다.


② 오른쪽 현판: 生民未有 (생민미유)
• 뜻: "인류가 태어난 이래로 (공자 같은 분은) 아직 없었다."
• 의미: 《맹자(孟子)》에 나오는 구절로, 청나라 옹정제(雍正帝)의 친필 어필입니다. 세상에 수많은 성인과 현인이 다녀갔지만, 공자만큼 위대하고 전무후무한 성인은 인류 역사상 다시 존재하지 않는다는 최고의 극찬입니다.


③ 왼쪽 현판: 與天地參 (여천지참)
• 뜻: "천지(하늘과 땅)와 더불어 나란히 참여하다(어깨를 나란히 하다)."
• 의미: 《중용(中庸)》에 나오는 고사에서 유래한 청나라 건륭제(乾隆帝)의 친필 어필입니다. 공자의 덕과 가르침이 온 우주의 이치인 하늘, 땅의 대자연과 대등할 정도로 넓고 위대하다는 우주적인 찬사입니다.

대성전 내부의 모습

1. 대성전 내부의 인물 구성
• 중앙: 공자(孔子) 좌상: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단정히 앉아 계신 분이 바로 유교의 창시자 공자입니다. 인자하면서도 엄숙한 표정, 그리고 세밀하게 표현된 옷자락의 음영과 문양이 돋보입니다. 상 앞에는 참배객들이 올린 공물과 향로, 그리고 절을 올릴 수 있는 붉은색 방석이 놓여 있습니다.


• 좌우: 사배(四配) 또는 십철(十哲) 제자상: 공자의 좌우로는 유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핵심 제자들이 호위하듯 서 있습니다.
   -  홀(또는 책)을 손에 쥔 채 공자를 향해 몸을 살짝 틀고 있는 제자상이, 오른쪽에는 대나무 책(죽간)이나 서책을 든 채 단아한 도포를 입고 있는 제자상이 배치되어 배향(종사)의 격식을 보여줍니다.

고루(鼓樓)

태원고성 중심부에 자리 잡은 핵심 상징물, 바로 고루(鼓樓)

 

누각 위 푸른 현판: 聲震晉天 (성진진천)
• 뜻: "북소리가 산서성(晉)의 하늘을 뒤흔들다."
• 의미: '晉(진)'은 태원이 속한 산서성의 역사적인 옛 지명입니다. 즉, 이 고루에 매달린 거대한 북을 두드렸을 때 그 웅장하고 위엄 있는 소리가 산서성의 넓은 하늘 전체에 울려 퍼진다는 뜻으로, 고루가 가진 본연의 역할과 위용을 최고의 문학적 표현으로 극찬한 현판입니다.


2026년 설 명절(춘절) 맞이 화려한 풍경
• 거대한 새해 맞이 북 (鼓迎新春): 고루 아치문 앞 중앙 무대에는 설 명절을 기해 특별히 설치된 거대한 붉은색 북이 놓여 있습니다. 북 표면에는 황금색 글씨로 '鼓迎新春 2026(고영신춘 2026)', 즉 "북을 울려 2026년 새해 봄을 맞이한다"라는 문구가 멋지게 적혀 있어, 당시가 2026년 2월 설 축제 직전의 설레는 타이밍이었음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주변의 작은 북들과 붉은 등불 기둥들도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있네요.


• 소원 리본으로 가득 찬 누각: 누각 1층 난간 주변을 자세히 보시면 온통 빨간색으로 뒤덮여 있는데, 이것은 새해를 맞아 고성을 찾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소원을 적어 매달아 둔 붉은색 소원 리본(허원대)들입니다. 춘절 특유의 따뜻하고 풍성한 복(福)의 기운이 건물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합니다.

고성의 중심 거리

수평으로 길게 뻗은 기와지붕의 능선들과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고성의 중심 거리, 그리고 저 멀리 배경을 이루는 아스라한 산세까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어우러져 있습니다.

과거 태원현의 지방관(사또)이 재판을 하고 공식 업무를 보던 관아의 핵심 전각인 대당(大堂), 즉 공당(公堂)


드라마나 영화에서 "네 죄를 네가 알렷다!"를 외치던 바로 그 공간인데요. 현판의 글귀와 내부 인테리어가 관아로서의 정체성을 아주 완벽하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1. 관아 대당의 핵심 현판 풀이
① 제일 앞쪽 큰 현판: 爲民父母 (위민부모)
• 뜻: "백성의 부모가 되다."
• 의미: 지방관을 흔히 백성의 부모라는 뜻에서 '부모관(父母官)'이라고 불렀던 데서 유래한 문구입니다. 사또로서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라, 부모가 자식을 돌보듯 백성들을 사랑과 책임감으로 보살펴야 한다는 관직자의 근본적인 자세를 일깨우는 글귀입니다.


② 안쪽 붉은색 현판: 見心堂 (견심당)
• 뜻: "마음을 드러내어 보이는 집(당)."
• 의미: 재판을 하거나 공무를 집행할 때 사사로운 욕심이나 거짓 없이 '하늘과 백성 앞에 한 점 부끄럼 없는 맑은 마음(본심)을 보여준다'는 뜻입니다. 공명정대하게 판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 관아 전각의 고유 이름입니다.


③ 내부 정면 벽 위 현판: 明鏡高懸 (명경고현)
• 뜻: "밝은 거울이 높이 걸려 있다."
• 의미: 포청천이나 관아 이야기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유명한 성어입니다. 아주 맑은 거울은 사물의 시시비비를 있는 그대로 비추듯, '관리가 사리에 밝고 지혜로워 한 치의 억울함도 없이 공평무사하게 시비를 가려 판결한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2. 관아만의 독특한 내부 인테리어
• 일출해조도(日出海潮圖) 벽화: '명경고현' 현판 아래를 보면 거센 바다 파도 위로 붉은 태양이 힘차게 솟아오르는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는 중국 관아 대당의 전형적인 배경 벽화로, "하늘의 태양처럼 밝고 바다처럼 깊고 공정하게 판결하겠다"는 청렴결백(淸廉潔白)의 의지를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 푸른색 기둥 주련: 기둥에 걸린 푸른색 주련 역시 관리가 가져야 할 도덕적 의무와 백성을 위한 정치를 강조하는 문구들로 채워져 있어, 이곳이 사찰이나 사당이 아닌 엄격한 법과 행정이 집행되던 관아 공간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중국의 지방 관아 역시 중앙 정부의 6부(이·호·예·병·형·공부) 체계를 본떠서 하급 관원들이 근무하는 집무실

1. 현판 확인: '吏房(이방)'
한국의 이방과 마찬가지로, 이곳은 관아의 서리 중 으뜸인 이방과 그 밑의 하급 관리들이 근무하던 곳입니다. 주로 관아 내 인사를 담당하고 관리들의 행적을 기록하며 사또를 가장 가까이서 보필하던 핵심 부서였죠.


2. 연속해서 이어지는 육방(六房) 구조
이방 현판 옆으로 길게 이어진 건물들을 보시면, 저 멀리 다른 현판들이 나란히 걸려있습니다.  중국 관아에서는 보통 대당(동헌) 앞마당 좌우로 일렬로 방들을 배치하는데요.


• 이방(吏房)을 시작으로 호방(戶房), 예방(禮房), 병방(兵房), 형방(刑房), 공방(工房)이 차례대로 혹은 좌우로 나뉘어 배치됩니다.

관아의 이방까지 모두 둘러보고 고즈넉한 옆문으로 빠져나오자, 완전히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옛 태원 백성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부조 골목'입니다!


회색빛 벽돌 벽을 따라 수백 년 전 저잣거리의 일상이 입체 부조로 길게 나열되어 있는데요. 노천에 의자를 두고 머리를 깎는 이발사의 모습부터, 무언가를 사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의 표정까지 하나하나 살아 숨 쉬는 듯 정교합니다.


특히 골목 한편에서 묵묵히 수레를 끌고 있는 짐꾼 동상은 금방이라도 거친 숨소리를 내며 앞으로 걸어 나올 것처럼 사실적이어서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습니다. 

 

엄숙하고 권위적이었던 관아 바로 옆에, 이토록 정겹고 치열했던 백성들의 일상 골목이 이어져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고성의 진짜 매력은 이런 숨은 골목길 탐방에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관아 옆 정겨운 부조 골목을 빠져나오자, 드디어 태원고성의 활기찬 저잣거리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늦은 오후, 은은한 햇살이 오래된 회색빛 벽돌 거리를 따스하게 감싸 안는 풍경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습니다. 길을 따라 붉은 홍등과 노란 등불이 줄을 잇고, 저 멀리 서 있는 화려한 전통 패루가 거리의 중심을 든든하게 잡아주고 있습니다.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길거리 상점들과 전통 가옥들 사이를 여유롭게 거니는 사람들의 발걸음 속에서, 명절을 앞둔 고성의 기분 좋은 설렘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 패루의 핵심 현판 

* 德隆望重 (덕륭망중)
• 뜻: "덕이 높고 명망이 두텁다."
• 의미: 보통 도덕적 인품이 훌륭하고 사회적으로 존경과 신망을 널리 받는 인물이나 가문을 기릴 때 쓰는 성어(덕고망중, 德高望重)와 일맥상통하는 표현입니다. 이 거리가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유교적 덕목과 훌륭한 인물을 귀감으로 삼았던 역사적인 장소임을 보여줍니다.


2. 저잣거리 상점들의 흥미로운 모습
• 산서성의 노포, '청화원(清和元)': 패루 왼쪽을 보시면 황금색 글씨로 '清和元(청화원)'이라 적힌 아주 유명한 간판이 보입니다. 이곳은 산서성 태원 지역을 대표하는 수백 년 전통의 명물 음식인 '투나오(头脑, 두뇌탕)'로 가장 유명한 전통 노포(라우지하오)입니다. 양고기와 약재 등을 푹 고아 만든 보양식인데,  뜨끈한 전통 음식을 파는 이 노포의 존재감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 화려한 명절 장식: 패루 양 기둥에는 설 명절 분위기를 돋우는 독특한 형태의 커다란 전통 등불 장식이 좌우로 길게 늘어져 있어 저잣거리에 화려한 색감을 더해줍니다.


• 길거리 간식 수레: 오른쪽에는 탕후루나 수제 간식을 파는 듯한 아기자기한 목조 마차와 입간판들이 줄지어 있어, 구경하며 걷는 저잣거리 특유의 군침 도는 활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1. 전면 설날 장식의 정체: 서유기 '제천대성 손오공'
광장 정중앙을 장식하고 있는 거대한 인물은 다름 아닌 서유기의 손오공(제천대성)입니다! 황금빛 갑옷을 입고 뒤편에 화려한 후광을 두른 채 당당하고 위엄 있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 여의금고봉과 근두운: 손오공의 오른쪽에는 붉고 황금빛으로 빛나는 여의봉이 우뚝 솟아 있고, 발치에는 상서로운 구름(근두운)과 산세가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 산서성과의 특별한 인연: 왜 하필 설날 장식으로 손오공일까 의아하실 수 있지만, 산서성은 중국 내에서도 고건축 유적이 가장 많아 최근 큰 인기를 끈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의 주요 배경지(실제 산서성 고건축물들이 게임 속에 대거 등장)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2026년 설날을 맞아 태원고성에서 산서성의 문화적 아이콘이 된 '오공'을 대형 마스코트로 내세워 축제 분위기를 하이라이트로 이끈 것입니다.


2. 드넓게 펼쳐진 고성의 기와지붕 물결
조형물 뒤편으로 펼쳐진 고성의 풍경은 말 그대로 감탄을 자아냅니다.
• 바다처럼 이어지는 회색 지붕: 끝없이 펼쳐진 명·청 시대 양식의 전통 가옥들과 회색빛 기와지붕들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어 고성의 규모감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줍니다.


• 고성과 랜드마크 탑들의 조화: 멀리 오른쪽에는 중심축을 잡고 있는 고루가 보이고, 왼쪽 먼 편에는 솟아오른 고탑이 보여 성곽 도시 특유의 입체적인 스카이라인을 완성합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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